커피하우스에서 탄생한 유럽의 근대
커피하우스가 생겨나기 전 사람들은 선술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했습니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질병과 다툼이 일상이었죠. 그런데 커피와 커피하우스가 등장합니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음료를 파는 건전한 공간. 커피하우스에서 런던의 신사와 파리의 부르주아들은 가십과 패션과 시사와 정치와 스캔들, 철학과 자연과학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엔 커피하우스의 민주적인 특성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영국 기준으로 커피값 1페니만 있으면 누구나 커피하우스에 입장해 논쟁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거죠. 영국에서는 ‘커피하우스 정치인’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습니다. 하루종일 커피하우스에 죽치고 앉아서 비현실적인 정치적 견해를 퍼뜨리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커피하우스는 근현대 유럽의 경제와 정치, 학문이 탄생한 곳입니다. 영국 과학자로서 최고의 영광이라고 하는 과학자들의 모임인 ‘왕립학회’도 커피하우스에서 탄생했습니다. 왕립학회 초기 회원이었던 아이작 뉴턴과 로버트 보일, 로버트 훅 등이 커피하우스에 모여 토론한 내용은 근대과학의 토대가 됐죠. ‘로이드’라는 이름의 커피하우스에는 상인들과 선원들, 해운업계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영국 대형 보험사 로이드의 효시가 바로 이곳입니다. 세계적 경매회사 소더비와 크리스티도 커피하우스로부터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류사회 신사들이 즐기는 고급 회원제 클럽 문화가 생겨나면서 영국의 카페 문화는 쇠퇴해갔다고 합니다.
커피하우스는 혁명을 잉태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파리에서 커피하우스는 볼테르와 장 자크 루소 등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아지트가 됐습니다. 볼테르가 즐겨 찾았다던 ‘르 프로코프’는 1686년 문을 열었는데, 아직도 파리에서 영업중입니다. 귀족들의 폐쇄적인 살롱 문화와 달리, 누구나 찾아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커피하우스는 평등과 공화주의를 상징하는 공간이었죠. 커피하우스에서 민중들을 만나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개혁의식을 키워간 부르주아 계급의 성장은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집니다.
미국 독립혁명의 근거지 역시 커피하우스입니다. 미국에서는 보스턴 차 사건 이후 “영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차 대신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면서 차 문화 대신 커피 문화가 발전했습니다. 미국의 첫 커피하우스는 1689년 보스턴에서 문을 열었고, 이곳 역시 사람들이 정치적 의견을 나누는 장소의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메카에서 스타벅스까지), 우리가 몰랐던 세계사, 남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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