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이모저모

커피하우스를 싫어한 위정자들

커피 마시는 다람쥐 2025. 2. 7. 10:24
728x90

커피하우스를 싫어한 위정자들

사람들이 커피하우스에 모여 정치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할 위정자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여러 왕과 술탄들이 커피하우스 문을 닫으려 시도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영국의 왕 찰스 2세일 거예요. 1675년 12월 찰스 2세는 다음해인 1676년 1월 10일을 기해 영국의 모든 커피하우스를 폐쇄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커피하우스에서 사람들이 모여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바람에 정치에 대한 뜬소문이 확산돼 국왕의 명예가 훼손되고 사회가 혼란해진다는 명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저항이 강력했습니다. 런던뿐 아니라 영국 전역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졌고 찰스 2세는 결국 칙령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1676년 1월 초 이를 철회했습니다. 대신 찰스 2세는 커피하우스 주인들이 불온 신문이나 유인물을 발행하지는 못하게 막았다고 해요. 당시 커피하우스가 여론의 집결지였던 만큼 온갖 신문들과 인쇄물들이 커피하우스에서 발간됐거든요.

찰스 2세와 같은 시도를 한 지도자들은 이전에도 여럿 있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 무라드 4세는 1633년 커피하우스를 모두 폐쇄하고 커피 유통을 금지시켰습니다. 화재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사실은 불만이 많은 사람들과 군인들이 비밀스레 모여서 정부를 전복하려는 음모를 꾀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콘스탄티노플의 커피하우스들은 1675년에나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1511년 메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커피하우스에서 사람들이 정치 얘기를 하는 것을 마뜩찮아했던 메카 총독이 도시 전역의 커피숍을 금지시켰다고 하네요.

 

여성과 커피하우스

지금은 여성들이 카페 문화를 더 많이 즐기는 듯 하죠. 그러나 과거 커피하우스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여자들은 커피하우스에 출입할 수조차 없었죠. 18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여성 과학자인 에밀리 뒤 샤틀레는 동료 수학자 피에르루이 모페르튀가 자주 가던 커피하우스에 함께 가서 대화를 나누고 싶어 남장을 했다고 합니다. 남자 옷을 한 벌 해 입고 커피하우스에 유유히 입장한 샤르테는 모페르튀와 자연스레 합석했습니다. 커피하우스 주인은 샤르테가 여자인 것을 눈치챘지만 귀한 손님들을 잃고 싶지 않아 모른 척 했다고 합니다. 샤틀레는 남자 옷을 입은 채 그 커피하우스를 계속 드나들 수 있게 됐습니다.

프랑스의 과학자 에빌리 뒤 샤틀레 / 출처:네이버지식백과


영국에서는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커피하우스 문화에 반발하는 청원을 내기도 했습니다. 남편들이 커피하우스에서 마시는 커피와 토론에 빠져서 집에 들어오지 않자 반발하기 시작한 거였죠. 1674년 발표된 ‘커피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청원’에서 여성들은 “커피는 남자들을 빈둥거리게 만들고 돈을 허투루 쓰게 할 뿐 아니라 정력까지 감퇴시킨다”라고 주장합니다. 남성들은 ‘커피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청원에 대한 남성들의 대답’이라는 글을 발표해 “해롭지도 않고 정신을 맑게 하는 이 음료에 왜 화풀이를 하느냐”고 반박했어요. 여성들이 커피 문화를 향유할 수 없다는 차별성 때문에 반발이 터져 나왔던 것이 아닐까요.

1674년 영국 여성들이 발표한 ‘커피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청원’ ineedcoffee.com

 

출처 : 경향신문(메카에서 스타벅스까지), 우리가 몰랐던 세계사, 남지원

728x90